2008.10.23

Memo

...누군가 인간 공동체에 진실한 마음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려면 이 형식의 성격을 결정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할 의지가 있는지를 보면 된다. ... 형식들이 저절로 인간 공동체를 가져다주는 것이 아니라고 해서, 이러한 최소 조건의 형식들을 만들어나가는 것조차 거부한다면 이는 인간을 반종교적인 관점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이런 관점은 공동체를 보장해줄 형식들이 분명히 존재해야 한다고 말하는 셈이다. 이는 믿음이 없는 사람들이 인간을 바라보는 사악한 관점의 연장일 뿐이며, 사회가 바뀌려면 인간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자들이 오늘날 취하고 있는 관점이다. 이것이야말로 오늘날 정통 교리의 가면을 쓰고 있는 전형적인 반종교의 가장 사악한 형태의 하나다. 이는 잠재적 인격체, 즉 공동체적 인격체인 인간을 폄하할 뿐만 아니라, 대중이 '변화한다면' 사회 구조를 깨지 않고도 세상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식으로 암시하는 것이다. '천사들이 떼로 몰려온다 해도' 인간적 정의와 공동체를 실현하도록 자본주의를 관리할 수는 없다. 인간을 '바꾸면' 사회가 '바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마 스스로 의식하지는 못하겠지만 완벽하게 악마의 앞잡이가 되어 있는 셈이다. ... 그들이 정말 인생을 소중히 여긴다면, 왜 인생의 성스러운 가치를 우리와 다음 세대까지 누리게 해줄 체제를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는가? 그들은 자본주의를 공격하는 흉내만 내고 실상으로는 그 수명을 영구화함으로써 자신들이 누리는 안락한 사치를 영원히 이어가려는 것일까? 신앙심이 깊은 사람이라면 이 세상에서 악마와 싸울 때 기도서만으로 어떻게 해보겠다는 바보짓은 하지 않는다.

-칼 폴라니,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노트」 (<전 세계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 외>(홍기빈 옮김, 책세상)) p96-97

by Goliards | 2008/10/24 00:18 | private voice | 트랙백(1)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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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cked from 노는 사람 Play In at 2009/11/04 01:47

제목 : 『전 세계적 자본주의인가 지역적 계획경제인가 외』
2009년 10월 31일 토요일 지하철을 오래 탈 일이 있어서 얇은 책을 꺼내 들었다. 7년 전(;;;)에 산 책세상 문고. 지하철을 생각하면 책은 더 작게 (일본의 문고판처럼) 나오면 좋겠다. 그러려면 책 장정에 값을 메기는 것이 아니라 내용에 가격을 메길 수 있어야 하겠지. 그렇다면 근대 과학성의 핵심은 무엇인가. ‘가설을 허용치 않는’ 뉴턴 물리학 이래 근대 자연과학의 주요한 특징 가운데 하나는 결과를 예측하는 능력이다. 대포알의 무게, ......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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