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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 이글턴, 악

악













 

테리 이글턴 지음, 오수원 옮김, 이매진, 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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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개 '악'이라는 말은 명치에 주먹 한 방 날리듯 단박에 논쟁을 끝내는 방법이다. 논쟁의 여지가 없는 취향처럼 악이라는 단어는 뭔가를 일단락 짓는 말, 더는 문제 제기를 불허하는 종류의 단어다. 설명할 수 있는 인간의 행위는 악일 수 없고 악한 인간의 행위는 왈가왈부할 수 없다는 주장이 이런 논리를 담고 있다. 그러나 내 생각은 다르다. 설명할 수 있는 인간의 행위는 악이 아니라는 관점도, 악한 인간의 행동은 재론의 여지가 없다는 관점도 모두 진실이 아니라는 주장이 이 책의 논지다. ...악이 실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한다고 해서 악을 이해할 수 없는 초월적 존재라고 여길 필요는 딱히 없다. 악의 기원이 초자연적이라고 생각해야만 악의 존재를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말이다. 악의 개념을 떠올리려고 발굽이 둘로 갈라진 악마를 상정해야만 할 이유는 없지 않을까. ...'악'이라는 개념을 거부하는 태도는 공공 임대 주택에 살면서 마약에 찌든 실업자를 악한으로 몰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꽤 괜찮을 처사지만, 연쇄 살인마나 나치 친위대에게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다. 나치 친위대를 불운한 인간일 뿐이라고 보기는 아무래도 어려운 노릇이니까. ...이 책에서 제시하려는 논점 중 하나는 악이 일상적 사회 조건을 넘어선다 해도 근본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대상은 아니라는 점이다. 나는 악이야말로 철학적 의미에서 형이상학적이라고 생각한다. 악은 자기를 구성하는 구체적 요소들뿐 아니라 악함 일반에 관해 특정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추상적이며 형이상학적이다. 근본적으로 악은 자기의 이런저런 구체적인 부분들을 제거하고 싶어한다. 그렇지만 그런 점 때문에 악을 반드시 초자연적이거나 모든 인간의 인과율을 결여하고 있는 존재라고 봐야 할 필요는 없다. 이를테면 예술과 언어를 비롯한 많은 것들도 사회적 환경의 반영물 이상의 존재지만 하늘에서 뚝 떨어진 존재는 아니지 않은가. 인간 존재 일반도 마찬가지로 말할 수 있다. 역사적인 것과 초월적인 것을 반드시 대립 항으로 볼 필요는 없다. 역사 자체가 자기 초월의 과정이기 때문이다. 역사적 동물인 인간은 끊임없이 자기를 초월할 수 있는 존재다. 초월은 '수직적' 형식 뿐 아니라 '수평적' 형식으로 존재하기도 한다. 왜 늘 수직적 초월만 생각해야 한다는 말인가?  ...내가 이 책에서 설명하는 악에 관한 이론은 프로이트의 사상, 특히 '죽음 충동'개념에 많이 기대고 있다. 그러나 그 과정을 거쳐 악에 관한 논의가 옛날의 많은 신학적 통찰에도 여전히 맞닿아 있다는 점을 밝히고 싶다. (머리말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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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말 

1장 악이라는 허구 또는 악을 다룬 소설들 
2장 도착적 쾌락
3장 욥을 위로하는 사람들

옮긴이 글 악과 부정을 구분하라 ― ‘악’을 보는 어느 급진주의자의 시선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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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Goliards | 2015/07/01 19:00 | Notes : Theology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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